고성 동외동 유적에서 만난 선사시대 삶의 숨결
늦가을 오후, 바람이 잔잔해진 시간에 고성읍 동외동 유적을 찾았습니다. 생각보다 조용한 자리였고, 마을 뒤편 완만한 구릉 위로 유적 안내판이 서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언덕처럼 보였지만, 천천히 걸으며 설명을 읽다 보니 이곳이 선사시대의 흔적을 품은 중요한 터전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주변에 인가가 드물어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렸습니다. 발밑의 흙이 부드럽고 단단하게 굳어 있어 오랜 세월의 시간이 이 자리를 지켜왔음을 느꼈습니다. 해가 기울며 빛이 잔잔하게 내려앉는 풍경 속에서, 오래된 삶의 자취와 지금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습니다.
1. 마을과 유적을 잇는 접근길
고성읍 중심에서 차로 약 5분 남짓, ‘동외동 유적’ 표지판이 보이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작은 언덕 위로 안내 표식이 있습니다. 마을 안길은 폭이 좁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주행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유적 입구에는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인근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걸어서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주변의 감나무와 돌담이 소박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마을 주민 한 분이 “예전에 고분 발굴도 여기서 했다”고 말씀해 주셔서 발걸음이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과 유적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곳만의 매력처럼 느껴졌습니다.
2. 언덕 위의 열린 공간
유적지의 중심부에 도착하면 낮은 돌무더기와 발굴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신석기부터 철기시대에 이르는 유물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주변은 잔디로 덮여 있고, 일부 구간은 목재 데크길로 연결되어 있어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습니다.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와 먼지 하나 없이 맑은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평지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미세한 지형 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높낮이 차가 당시 취락의 흔적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공간 전체가 탁 트여 있어 하늘이 유난히 넓게 보였고, 그 개방감이 이 유적의 가장 큰 인상이었습니다.
3. 남겨진 흔적이 전하는 이야기
동외동 유적의 특징은 다양한 시대의 생활유구가 한 자리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움집터, 토기편, 철제 유물 등이 출토되었다고 합니다. 유적 한편에는 발굴 당시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변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토기편의 색이 다소 짙은 회색빛을 띠었고, 표면의 무늬가 손으로 빚은 자국처럼 선명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이 땅 위에 살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이곳에서 이어져 온 생활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굴을 통해 밝혀진 작은 조각들이 역사의 퍼즐처럼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4. 세심하게 마련된 탐방 환경
유적지는 넓지 않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곳곳에 안내 표식이 정리되어 있었고, 주요 지점마다 그늘막과 벤치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탐방객을 위한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관리소 옆에는 음수대와 간단한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머물기 좋았습니다. 화장실도 인근 마을회관 쪽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유적지 주변의 잡초가 잘 정리되어 있어 사진 촬영에도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전시관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히 머물며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조용히 둘러보기에 알맞은 규모였습니다.
5. 함께 둘러볼 만한 고성의 인근지
유적을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고성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동외동 유적에서 출토된 일부 유물의 복제품을 그곳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당항포 해전공원’으로 이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산책했습니다. 선사 시대의 터전에서 조선 수군의 흔적까지 이어지니, 고성의 시간 흐름이 한눈에 느껴졌습니다. 점심은 고성시장 인근의 ‘중앙식당’에서 장어덮밥을 먹었습니다. 고소한 향이 남해 바람과 잘 어울렸습니다. 오후에는 ‘학동해변’을 들러 하늘빛이 바다에 비치는 모습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용한 역사와 자연의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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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동외동 유적은 야외형 유적으로,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여름에는 볕이 강하므로 모자와 물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입구 표식이 작아 내비게이션보다는 지도 앱의 위성사진 기능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마을 주민의 사유지와 가까워 일부 구간은 조용히 이동해야 합니다. 탐방로는 흙길이라 비 온 뒤에는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해설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니, 고성군 문화재과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약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볼 수 있으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방문하면 훨씬 깊이 있는 체험이 됩니다.
마무리
고성 동외동 유적은 겉보기엔 단순한 언덕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화려한 전시관이나 건물 없이도, 이곳의 고요함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바람이 지나가고 풀잎이 흔들릴 때마다 과거의 숨결이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다시 고성을 찾는다면 계절이 바뀐 봄에 들러, 다른 빛깔의 언덕을 보고 싶습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땅이 품은 역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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